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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쇠보다 강한 PVC파이프 美 수도관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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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플라스틱 파이프'로 통하는 폴리염화비닐(PVC) 파이프의 성능을 측정하는 지표는 크게 두 가지다. 양쪽 끝을 잡고 당길 때 끊어지지 않고 버티는 인장강도와 외부 충격에 얼마나 버티는지를 나타내는 충격강도다. 1941년 독일에서 처음 PVC 파이프가 발명된 후 인장강도와 충격강도는 서로 반비례해 왔다.

하지만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인장강도와 충격강도 반비례법칙이 최근 국내 한 중소기업에 의해 깨졌다. 경기도 화성 소재 PPI평화(회장 이종호)의 'iPVC 수도관'이 그 제품이다. iPVC 수도관은 인장강도 53MPa(메가파스칼)을 달성했다. MPa이란 단위면적당 견디는 하중을 의미하는데 압력을 측정하는 단위로 쓰인다. iPVC의 인장강도는 관련 국내 표준(KS)인 43MPa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 기준(48.3MPa)도 여유 있게 충족한다.

이종호 회장은 "인장강도를 10MPa 높이는 것은 100m를 10초에 달리던 선수가 3~4초를 단축하는 것에 비견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장강도와 충격강도가 동시에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내충격성은 수도관을 바닥에 두고 9㎏짜리 추를 떨어뜨려서 측정하는데 KS규격이 1.5m인 반면 iPVC는 3m까지 버틴다. 강력한 수압에서 얼마나 오래 터지지 않고 버티는지를 측정하는 '장기내수압' 검사에서도 iPVC는 18시간을 버텨 KS규격(1시간)을 크게 앞질렀다. PPI평화가 iPVC 수도관은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이유다. 이 회장은 "10년가량 연구개발한 끝에 PVC 한계를 뛰어넘는 원료배합과 압출가공 노하우를 터득했다"며 "국내외 고객사들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물성'이라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iPVC의 우수함을 인정받아 지난달 열린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최고 영예인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iPVC 수도관은 경기도 평택에서 짓고 있는 1465만㎡ 규모 주한 미군기지에 납품되고 있으며 제2롯데월드 오폐수관으로도 시공됐다.

 


해외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PPI평화는 올해 4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총회에서 iPVC 기술을 소개한 데 이어 미국 시카고, 뉴저지, 텍사스 등을 돌며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최근에는 미국 상하수도 시공 전문기업인 '언더그라운드 솔루션'의 기술총괄 톰 마티 부사장이 회장 둘째딸인 이혜정 이사와 함께 PPI평화 화성 공장을 방문해 실사를 진행했다. 언더그라운드는 iPVC 수도관 샘플에 대한 막바지 품질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테스트가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적으로 납품이 시작될 예정이다. PPI평화는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2014 국제표준화기구(ISO) 플라스틱 파이프 국제표준화 총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이번 총회를 통해 소개된 iPVC 기술은 추후 열릴 ISO 총회에서 투표를 거쳐 국제표준 채택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국제표준으로 채택된다면 PVC 파이프가 출시된 지 약 70년 만에 국내 기술로 상급 규격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 회장은 "독일, 일본 등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던 한국이 그들을 뛰어넘는 국제표준을 먼저 발표한다면 전 세계 PVC업계의 역사가 새롭게 쓰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6년 설립된 PPI평화는 오배수, 상하수도, 이음관 등 6대 배관을 모두 생산하는 국내 최대 PVC 파이프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000억원이다.

 

[정순우 기자]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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