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고강도 파이프·전자계측 '한우물'…과감한 R&D로 해외시장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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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파이프·전자계측 '한우물'…과감한 R&D로 해외시장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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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PPI파이프 회장 매년 매출 3% 연구개발 투자 `수명 220년` 인증받은 파이프
美·스페인 수출길 `승승장구`
제24회 한국경영학회 하계 융합학술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6일, 전남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강소기업가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호 PPI파이프 회장, 한상만 한국경영학회 회장(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이우헌 컴앤에스 대표.
이종호 PPI파이프 회장과 이우헌 컴앤에스 대표가 16일 전라남도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24회 한국경영학회 하계 융합학술대회에서 강소기업가상을 각각 수상했다.
한국경영학회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국내외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기업의 경영자를 해마다 선정해 강소기업가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종호 회장은 '깨끗한 물을 보급하자'는 목표로 46년간 배관자재 회사를 일궈왔다. PPI파이프는 유럽에서 시작된 폴리염화비닐(PVC) 파이프 기술을 발전시켜 역수출에 성공한 강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R&D에 과감하게 투자해 141건에 달하는 국내외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중소기업임에도 제품화 R&D에만 치중하지 않고 여러 학술논문을 발표하면서 미래 기술 확보에 힘쓰고 있다. 독자 기술로 개발한 제품은 수출도 하고 있다. PPI파이프는 2013년 'iPVC'를 활용한 상수도관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iPVC의 i는 '혁신(innovative)'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앞 글자에서 따왔다.
iPVC는 기존 상수도관 문제점이었던 부식, 파손, 녹물 배출을 해결한 제품이다. 파이프 안에 넣는 보강재와 안정재 등의 비율을 최적화함으로써 무게가 30t인 포클레인이 밟고 지나가도 깨지지 않는 단단한 파이프가 만들어졌다. 이 제품은 현재 미국 8개 지역에서 시공되고 있으며 스페인 1위 상수도관 기업인 GPF와 기술이전 계약도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평택 미군기지 배관을 비롯해 수자원공사가 경주 등에서 진행한 노후 상수도관 현대화 사업, 대구광역시 노후 상수도관 정비 사업에 적용됐다.
iPVC 상수도관은 미국수도협회와 미국 수돗물 공급 1위 기업에서 220년 에 달하는 수명을 검증받기도 했다. 또한 미국 코넬대와 2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규모 7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iPVC 상수도관을 개발했다.
이런 독보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회장의 끈기와 투자가 큰 몫을 했다.
그는 창업 후 줄곧 신기술 개발에 매진해왔다. iPVC 파이프 개발에만 7년이 걸렸을 정도다. 이 회장은 "R&D 투자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PPI파이프는 매년 매출액의 3%를 R&D 비용으로 재투자하고 있다. 이 회장은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충격 강도(충격받을 때 파손되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능력)와 인장 강도(잡아당겨지는 힘에 저항하는 능력)를 동시에 높여 국제표준 대비 30배 이상 강하게 만들었다"고설명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수도국이 2018년부터 노후관을 교체하는 데 iPVC를 주력 상수도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뉴저지주, 캘리포니아주, 네브래스카주, 하와이, 괌 등 8개 지역에서 iPVC 상수도관이 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신소재 배관에 대한 수요가 많은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지역으로도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날 나란히 강소기업가상을 수상한 이우헌 대표는 전기기기·전자부품 파손, 소프트웨어 오작동 피해를 예방하는 '디지털 서지 프로텍터(Digital Surge Protector·DSP)'를 개발해 산업 발전에 기여한 점을 평가받았다.
한국경영학회는 "이우헌 대표는 신시장 개척을 통한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으로 컴앤에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며 "컴앤에스는 DSP를 개발하는 등 정밀계측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컴앤에스 직원들이 묵묵히 일한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서지는 전원선·통신선 등 도체를 통해 침입하는 과도(過渡) 전압을 가리킨다. 이로 인한 전기기기와 전자부품 파손을 예방하기 위한 기기가 서지 프로텍터다.
이 대표가 DSP를 개발하기 이전에는 아날로그 방식이 쓰였다. 이 대표는 2004년 건국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DSP를 개발한 뒤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디지털 방식의 DSP를 활용하면서 서지의 유입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기록할 수 있게 됐다. 이 장비는 반도체와 정유 공장 등 산업 현장은 물론 의료용 장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데도 유용한 도구로 쓰인다.
컴앤에스는 직원 복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임직원 자녀들의 유치원비부터 대학 학자금까지 전액 지원하고 있으며 동종 업계 대비 급여와 복지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구성원 모두가 걱정거리가 없어야 사장도 걱정 없이 경영할 수 있고, 직원이 부자가 돼야 사장도 부자가 된다"면서 "구성원 모두를 가족으로 생각하며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