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선 PPI파이프 대표가 경기도 화성시 PPI파이프 본사에서 자사 iPVC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박준형 기자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수돗물에서 녹물이 섞여 나오는 일을 한두 번쯤 겪어보기 마련이다. 수돗물 자체 문제라기보다는 대부분 수도관이 부식돼 생기는 문제로 결국 수도관을 교체해야 해결된다.
1976년 설립돼 파이프 만들기에만 50여 년 가까이 매달려온 PPI파이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제품을 만들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최근 경기도 화성시 PPI파이프 본사에서 만난 이혜선 PPI파이프 대표는 "기존 PVC나 금속관은 깨지기 쉽고 부식이 잘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PPI파이프가 2013년에 개발한 iPVC관은 녹과 부식이 없고 충격에 강해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장수 제품"이라고 말했다.
iPVC관은 기존 플라스틱 소재의 PVC관에 특수 첨가제들을 넣고 향상된 압출 가공 기술로 만든 제품으로, 10년에 걸친 연구개발의 성과물이다. 이 대표는 "iPVC관의 우수성을 알게 된 미국 수돗물 공급 1위 업체 아메리칸워터가 자체 비용 40만달러를 들여 iPVC 수도관에 대해 2년여간 각종 테스트를 진행했고, 미국산 수도관보다 월등한 220년 수명을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PPI파이프 제품은 현재 평택 미군기지에 시공돼 있고 군산, 칠곡을 비롯한 미군기지에도 지속적으로 납품되고 있다. 이 대표는 "해안과 인접한 탓에 금속관 부식이 심해 2~3년 주기로 교체해오던 미국 뉴저지 롱브랜치에서도 PPI파이프 제품이 시공됐고 캘리포니아, 하와이, 괌을 비롯한 미국에서 특히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창업주인 이종호 회장의 제품 개발에 대한 집념이 있었다. 이 대표는 "최고 품질, 신제품 개발, 인재 육성을 끊임없이 부르짖으며 연구에 매달려왔다"며 "작년에도 연구개발(R&D) 비용을 전년 대비 2배가량 늘리는 등 신제품 개발을 위해 계속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말에는 그동안 파이프 사이를 잇는 이음관에 적용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iPVC 기술 적용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제품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매출 또한 급성장하고 있다. 2020년 982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1614억원까지 증가했다. 최근 건설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3년 만에 64%나 늘었다. iPVC 제품이 일반 제품에 비해 10%가량 비싸지만, 수명이 월등하게 긴 만큼 국내외에서 잘 팔렸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지만 만족하지 않고 올해는 해외 시장 개척을 본격화할 생각이다. 이 대표는 "우선 지진이 많고 해양 부식이 심한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과 아르헨티나, 일본 등이 주 공략 국가"라며 "일본도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 대표는 직전까지만 해도 미국 노스웨스턴대 예비학교와 시카고 음악원에서 교수를 역임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이 대표는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회사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 지식과 경험이 적은 만큼 직원들을 신뢰하고 협력해 전 세계 파이프 시장에서 1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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